“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고통받았던
하라 양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입법을 청원합니다.”
가수 고 구하라씨 오빠의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변호사가 2020년 3월 보도자료에서 ‘구하라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 입법 청원을 제기하면서 적은 말입니다.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법원은 구하라 님의 친부의 양육 기여도를 예외적으로 인정하여, 친모 간에 6대 4로 유산을 분할하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구하라법은 아직입니다. 그 사이 노종언 변호사가 하라 양의 오빠 구호인 씨 함께,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하라 양의 비극"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양호 127호 선박 침몰 사고로 실종된 故김종안 님의 생모 A씨가 나타나 모든 유산, 보험금을 받아갔습니다. 2살 때 집을 나가 연락 한 번 없다가 54년 만에 찾아온 이유는, 본인이 재혼하여 낳은 새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등장하여 모든 돈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故김종안 님 남매를 정성으로 키워준 분은 고모였고, 고인에게는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실혼 배우자가 있었는데요. 민법 상 사실혼 배우자는 친족이 아니며, 모든 양육을 도맡은 고모는 3촌으로 상속 순위가 생모보다 낮았기에 1심에서 유족들은 무기력하게 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누님께서는 "A씨는 우리 3남매를 진작 떠난 사람이며, 그녀가 재혼해서 낳은 자녀들 때문에 유산 및 보험금을 모두 가져간 것 같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누님은 동생의 목숨 값인 보험금 등은 故김종안 님의 아내와 실제로 양육을 한 고모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피력합니다. 8월 30일에 나올 항소심 선고는 1심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 김종안 님의 누님께서는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며 눈물을 보이셨는데요. 구하라법이 처리되어도 동생의 사건에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으나, 오로지 동생의 비극, 구하라 님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세상을 향한 선의로 나서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구하라법의 통과는 요원합니다.
구하라법 제정 입법청원 10만 명 동의를 이끌어낸 바 있는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변호사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두 법안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였는데요. 노 대표 변호사는 "두 법안은 결국 부양 의무 위반자의 상속권 박탈을 ‘원칙’으로 보느냐, ‘예외’로 보느냐의 차이"임을 밝혔습니다. 서영교 의원의 법안은 부양의무 위반자의 상속권 박탈을 정의 관념에서 볼 때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는 개념이며, 정부 개정안은 부모의 상속권은 원칙적으로 인정하며, 양육불이행을 예외적인 상속 박탈 사유로 별도 제도를 만든 것이라는 것이 노 대표변호사의 설명이지요.
노 대표변호사는 이런 차이는 각 선진국의 문화권별로 부모-자식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음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두 개정안 모두 사회적인 법 감정 및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있으며, 각 장점을 절충하는 방향을 찾아나가야 함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두 안을 서로 강하게 주장하다보니 구하라법 논의가 지연되는 것이며, 그 장단점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협의를 하여 제 3의 구하라, 제2의 김종안 사건이 없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세계일보 김승환·최우석 기자]
*노종언 대표변호사 인터뷰 전문은 세계일보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첨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