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획기사 - 상속 전쟁: 가족의 배신] <中>남보다 못한 혈육 저버린 인륜
'부양은 딸이 재산은 아들에' 공정 어긋난 상속 여전
윤지상 상속전문변호사 "상속인 최소 재산 보장 유류분 제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냐"
아들 실종 소식에 갑자기 등장해 보상금 등 3억 타내
'양육 의무 위반 상속권 박탈' 구하라법 국회서 '쿨쿨'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존재입니다.
가족 간 상속재산분할 분쟁은 기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속은 △협의상속(공동상속인 전원동의로 결정) △법정상속(법정 순위대로 비율에 따라 균분 상속)으로 평화롭게 이뤄집니다만, 최근 들어 가족 간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상속에 대해 법적 분쟁을 제기하는 분이 많은데요.
1. 불효자도 자식인가요?
먼저, 유언이나 생전 증여 등을 통해 특정 가족에게만 모든 재산을 몰아 주는 것이 과연 '상속 정의'에 맞는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91년 민법 대 개정을 통해 유류분 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상속 분쟁을 막기 위해 피상속인(고인)의 유언보다 우선해 상속인이 최소한도로 재산을 받아갈 수 있는 몫을 보장해 놓은 것입니다.
다만 유류분 제도가 시간이 흐를 수록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고 '불효 자식'의 몫까지 합법적으로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 같은 이유로 '불효자 방지'를 위해 유류분은 위헌 심판대에도 올라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법조인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습니다. 상속전문변호사인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류분 자체가 상속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제도를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피상속인의 재산권과 상속인들의 권리를 모두 감안해 유류분 범위를 적절히 제한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 생판 남보다 위협적… 누가 가족입니까?
보통 마땅히 받아야 할 이들에게 상속 재산이 가도록 하는 것을 상속 소송의 취지라고들 많이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못지않게,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제대로 걸러내는 것도 '상속 정의'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작년 떠들썩했던 '선원판 구하라법 사건'을 아시나요. 선원이었던 故김종안씨는 54년 만에 친모를 마주했습니다. 반백 년이 넘도록 연락 한번 없던 엄마는 아들이 세상이 사라지자, '느닷 없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50년 넘게 한 번도 자식들을 들여다보지 않던 사람이, 막내아들의 목숨값을 챙기기 위해 '친엄마'의 자격으로 나타난 것인데요.
위로하러 왔다고는 했지만, 그 내용은 아주 끔찍했습니다. 환갑이 넘은 딸에게 인사 한 마디 건네는 것도 하지 않으며, 아들의 실종선고가 인용되자마자 망 보험금과 보상금까지 3억 원을 챙겼습니다. 종안씨 앞으로 있는 집과 통장도 자신의 명의로 바꿔놨습니다.
故김종안 씨에게는 사실혼 배우자가 있었습니다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사실혼 배우자는 우리 상속법에서는 단지 '동거녀'일 뿐이었습니다. 법정 상속순위에서는 친모가 1위였지요.
구하라 사건, 김종안 사건 모두 국민적 공분이 컸지만 법 개정은 지지부진합니다. 종안씨의 억울함을 풀어줄 '선원 구하라법'은 지난달 국회를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민법 일부 개정안,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부양 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 여야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자식도 자식다워야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구하라법과 대척점에 있는 '불효자 방지법' 입법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부모 생전에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 등 부당하게 부모를 대우했을 때 증여를 무효로 하는 내용인데요. 하지만 '효를 강제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설 명절입니다. 최근에는 가족과의 만남의 기쁨보다 다투고 오는 일이 더 많다며, 귀향을 하지 않는 세대가 늘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 이면에는 대부분 가족끼리 호의로 해줄 수 있는 것보다 '선을 넘는'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싫은 피곤함이 있지요.
제도적으로라도 상속 분쟁이 생길 여지를 줄이면, 가족의 얼굴을 보는 일이 피곤함보다는 반가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존재는, "가족"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리는, 힘든 세상 속에서 가쁜 숨을 다독여가며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사법 특화 로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한국일보의 저작권을 위해 첨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