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회귀'물인데요. 시간을 되돌려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사이다'를 날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드라마 트렌드도 이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지요. 여기에 필요한 것은 상간녀소송 외에 무엇이 있는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인터뷰하였습니다.
남편의 배신으로 인해 죽음을 겪은 여성이 화려한 모습으로 '회귀'하여 남편과 상간녀에게 복수한다는 내용,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한 패턴입니다. 재미있어서 보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조강지처를 배반한 남편과 상간녀를 비난하기 위해 보는 것이지요. '불륜으로 인한 가정파괴'는 우리나라 정서에서 욕 먹어야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 보편적 시각입니다.
1. 이혼 후 재산분할이 요즘도 힘든가요?
여성 커뮤니티에는 간통죄 폐지, 혼인빙자 간음죄 폐지를 한탄하며 불륜과 결혼사기를 사적으로라도 응징하려는 움직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상간녀' '결혼 사기꾼'의 신상을 적은 현수막을 그의 직장 등에 설치한다든가, 인터넷에 신상을 공개하고 사건을 공론화하는 일입이다.
물론 이런 사적 응징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는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남편은 놔두고 남편의 외도 상대만 공격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지요. 기혼 여성들은 이를 "이혼 후 양육비도 받기 힘들고, 아이 키우다 경력단절이 된 여성의 생존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이 때문에 미, 비혼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혼도 아이 있는 여자에게는 쉽지 않고 불리하구나. 처음부터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 게 최고다.”라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前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인,
윤지상 대표변호사는
법관 시절 경험을 반영하여
이렇게 설명합니다.
“재산 분할은 예전에 비해서 공평하게 잘 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혼인 기간이 되면 대부분(의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고, 요즘은 가정주부의 경우도 거의 5대5로 재산을 받는 편입니다. 하지만 재판 이혼보다 협의 이혼이 훨씬 많은데, 협의 이혼할 때는 재산분할을 법원에서 따로 챙겨주지 않으니 재산분할 자체를 못 받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협의이혼 과정이 지치고 힘들어서 양육비를 안 받고 이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양육비 받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이혼 후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비율이 10여 년 전에는 80~90%였고 지금은 그보다 줄었으나 여전히 7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80.7%가 비 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 따로 소송을 제기하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길고 힘들기 때문이지요.
3. 양육비 법적 해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그 어려움에 대해 윤지상 이혼전문변호사는 실제 법원 실무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양육비 이행이 석 달 밀려도 소 제기 엄두를 못 냅니다. 변호사 비용이 더 들 테니까요. 1년 정도 밀렸을 때야 이행 명령 청구라는 걸 합니다. 그래서 이행 명령을 받아내면 그걸 가지고 이제 과태료나 감치 처분을 상대방한테 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또 재판을 해야 돼요. 감치나 과태료 처분까지 받아내는 데 한 1년 정도 걸려요. 그동안 양육비는 2년 밀리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빠르고 실효성 있는 양육비 이행을 위해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현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가 생겼습니다. 이 사이트는 실제로 1500건이 넘은 양육비 이행을 이끌어냈는데요. 그러나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지난달 대법원은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운영자 구 씨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탄식했습니다.
물론 남편의 불륜을 걱정하고, 이혼 여성의 생존이 불투명한 것만이 저출생의 이유는 아닙니다. 이번에는 여성의 입장에서 기사를 다루었으나, 사실 남성 입장에서도 비혼을 택하는 이유가 많지요. 그러니 그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하는데요, 양육비 이행 문제도 그중 하나인 것입니다. 한국이 유달리 ‘조강지처 복수극’이 인기 많고 유명인의 불륜에 엄격한 배경에는 이혼 후 한부모 가정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한 주부들의 두려움이 숨어있는데요. '아이의 생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 저출생 현상도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해당 기사는 중앙일보 [문소영의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 저작권 보호를 위해 첨부 링크에서 전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